오늘 아버지와 둘이 시골을 다녀오다가, 결성 읍내에 있는 오래된 중국집을 들어갔다.
간판은 색이 바래 있었고, 출입문은 조금 삐걱거렸지만 이상하게 그 모습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여긴 한 30년은 됐겠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길래 더 궁금해져서 둘이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손님이 둘뿐이었는데 주방에서는 계속 웍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잠시 후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메뉴판을 툭 내밀며 “뭐 드실라우~?” 하셨는데
아버지가 먼저 말했다. “간짜장 두 그릇이요.” 그 말에 묘하게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간짜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배가 고파지는 날이 있지 않나.

주문하자마자 바로 들려오는 빠르고 시원한 웍 소리, 불맛이 만들어지는 특유의 향이
가게 안에 살짝 퍼져 나왔다. 아버지랑 나랑 동시에 코로 킁킁— “이 집 좀 하는 집이네.”
말은 안 했지만 서로 눈이 마주치자 무슨 뜻인지 다 알았다. 드디어 간짜장 두 그릇이 탁 나왔다.
윤기 흐르는 짜장소스 위에 보이는 양파, 고기, 콩, 애호박. 요즘 프랜차이즈에서는 보기 힘든 구성이라
더 반가웠다. 양파는 큼직하게 썰어 사각사각했고, 고기는 누린내 하나 없이 볶아져 있었고,
콩은 살짝 고소했고, 애호박은 달달함을 더해 전체 맛을 부드럽게 잡아줬다.
면을 살짝 들어 올리니 그 아래서 올라오는 불맛이 확 느껴졌다.
입에 넣는 순간 “아…” 하고 감탄이 먼저 나왔다.
요즘 흔히 먹는 간짜장과는 확실히 달랐다. 짜지 않으면서 깊은 맛,
후루룩 먹게 만드는 중독성.특히 면의 느낌이 달랐다. 일반적인 기계로 뽑은 면도 아니고, 대중적인 중국집에서
나오는 면도 아니고 먼가 면의 식감은 음...짜파게티 컵라면의 면발 같은 느낌이였다 먼가 정말 신기한 식감이다.
아버지도 조용히 드시다가 “옛날 간짜장 맛 난다. 여기는 면이 부드러워 먹기에 좋으네” 그 한마디로 끝이었다.
둘이 말없이 먹다가 거의 동시에 그릇을 싹 비워놓고 허리 한 번 쭉 펴며 서로를 바라봤다.
“여기 잘 들렸네.” 아버지가 웃으면서 말해주는데 그 순간이 참 좋았다.


돌아가는 길, 차 안 창밖으로 시골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감나무, 오래된 슈퍼, 낡은 버스정류장까지
어딘가 오래된 중식당의 맛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오늘 하루, 시골도 좋았지만
아버지와 함께 먹은 간짜장 두 그릇이
뭔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상의 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날, 짬뽕 한그릇으로 느끼는 휴일의 여유 (0) | 2025.11.07 |
|---|---|
| 된장냄새 가득한 시골 밥상, 마음까지 든든했던 하루를 기억하며 (0) | 2025.10.31 |